100년 후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없다

100년 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사는 동안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비결이 있을까?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돈도 권세도 명예도 아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월급이 오르면 며칠, 승진을 하면 몇 달만 행복하다고 한다. 로또 당첨자 대부분이 오히려 수년 내 불행한 처지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자기능력 이상의 짐을 지운 까닭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많은 이들의 불행한 최후를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오래 따듯한 행복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관계라고 한다. 사랑의 인간관계는 무한대의 행복을 준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질병과 싸우면서도 가족의 사랑으로 깊은 슬픔 속에 오히려 행복의 열매를 이루는 경우를 우리는 보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더 행복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가 아픈 것을 누가 쉽게 이겨내겠는가.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제 그간의 칼럼을 못 읽은 독자를 위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한 번 더 정리해보자.
 

우선 담배를 끊는다. 담배 피우며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가? 어리석은 사람이다. 걷고 있는가? 운동을 하는가? 걸어야 한다. 근력운동도 함께 해야 한다. 유연성을 키우는 스트레칭도 빠져선 안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찾되 생각 없이 먹는 것을 피할 일이다. 영양소와 열량을 고려하여 골고루 적정한지를 따져보고 조금은 절제하되 즐겁고 행복한 식사시간을 가질 일이다. 날씬한 것도 좋지만 적정한 지방세포는 건강에 필수적이다. 극도의 체중감량에 목매지 말 일이다. 오늘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깊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테로이드가 과다분비 된다. 불행의 시작이다. 지위도 중요하고 수입도 중요하지만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즐거워야 한다. 좋은 사람만을 만나기도 짧은 게 인생이다.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저 피할 일이다. 시간의 소모와 고통으로 스트레스를 키우고 병을 키울 뿐이다.
 

항상 깨끗하게 위생에 신경 쓰며 살아야 한다. 검소하되 깨끗하게 몸과 마음을 닦고 살 것이다. 부처님같이 성불해 도를 닦으라는 것이 아니라 몸과 손을 깨끗이 하라는 말이다. 또한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수고스러움이 있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다. 건강이 허락하여 70대에 좋은 골프장에서 멋진 샷으로 홀인원을 한들, 옆에서 박수 쳐줄 동반자가 없다면 어찌 행복하겠는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행운을 자랑하고 웃으며 맥주 한잔을 함께 할 사람을 가지지 못한다면 어찌 행복할 것인가. 아무리 돈이 많아 호화스런 곳에서 노년의 시간을 보낸다 한들 무슨 즐거움이 있을 것인가. 함께 즐거워할 우리 곁의 바로 그 사람들이 없다면 말이다. 몸이 허락할 때 더 배우고 더 공부하고 건강을 감사할 것이며 내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들이 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건강과 관련된 한 가지를 정리하지 못하였다. 바로 술 이야기다. 천상병 시인은 자신에겐 막걸리가 밥이라 배부르고 행복하다 하였으나 과한 술에는 장사가 없다. 취하면 쉽게 행복해지는 것 같지만 한잔의 와인, 한잔의 맥주가 주는 행복은, 절제하지 못한다면 항상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묘약이 되고 만다. 지금 술을 마실 수 있는 만큼 건강하다면 그 건강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만큼만 마실 일이다. 그리 살아도 필연적으로 생기는 질병을 일찍 찾아내어 잘 고칠 수 있도록 적절하고 좋은 건강검진을 꼭 받을 일이다. 예기치 않은 질병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좋은, 적절한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병이 생겼다면 좋은 의사를 만나 전적으로 신뢰하되 현명하게 두 번째 의견도 함께 구해 놓을 것이다.
 

한번 더 단연코 말하건대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은 100년 뒤에 한 사람도 이 땅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하루는 병고의 한 달 보다 값진 것이라 믿는다. 오늘 당신은 정말 건강한가.
 

글┃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