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살빼기

김밥 두 조각을 먹으면 30분을 걸어야 한다. 너도 나도 살빼기 열풍이다. 건강과 외모를 위해서 살을 빼야 한다. 과거와 다르게 모두 날씬해지려는 사람들은 과연 잘하고 있는걸까? 중세의 미인은 풍만함으로 평가되었다는 증거가 라파엘로의 역사적 예술작품에 생생하다.
 

외모 문제는 제쳐두고 건강을 따져 보자. 비만도 기준으로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를 쓰는데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누어 나오는 수치이다. 대강 18-25미만이면 보통으로, 30이상이면 비만이고 그 중간을 과체중으로 평가한다.
 

비만이 문제인 것은 BMI가 30이상인 경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만은 당뇨, 고혈압, 우울증, 각종 암 등을 유발한다. 살 빼는 비결은 무엇일까. 체중 1kg을 빼기 위해서는 7700칼로리의 열량을 소모해야 한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100칼로리의 열량을 가진 음식물과 100칼로리의 열량을 소모하기 위한 운동량을 살펴 보자. 쌀밥 1/3공기, 식빵 한쪽, 고구마 반개, 김밥 2개, 소고기 로스 3쪽, 가자미 1/3 마리, 두부 1/3모, 땅콩 15개, 우유 180cc, 귤 2개, 사과 1/2개, 프림 커피 1잔, 라면 1/3그릇, 자장면 1/5그릇, 햄버거 1/4개의 열량이 100 칼로리이다.
 

간단히 마시는 맥주 한잔도, 와인 한잔도 모두 100칼로리 이상이다. 반면에 운동은 달리기 1.2km, 줄넘기 125회, 수영 10분, 테니스 18분, 탁구 24분, 농구 12분, 노래하기 35분, 윗몸 일으키기 18회 등이 100칼로리를 소모한다.
 

쉽게 말해 자장면 한 그릇을 비우면 50분간 쉬지 않고 수영을 해야 하며, 햄버거 한 개를 먹으면 5km를 달려야 하고, 김밥 한 줄을 먹으면 테니스를 한시간반 동안 쳐야 한다. 다시 말해 살 빼려는 사람이 좀 더 먹고 운동을 좀 더 한다는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보통의 생활을 하고 1시간 정도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 양껏 먹고 살을 뺀다는 것은 어림없다는 말이다. 에너지 소모에 제일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기초대사량이다. 기초대사량은 살아 숨쉬기만 해도 사용되는 열량이다. 60kg인 사람은 1,500칼로리 정도가 기초대사량이며 총섭취량 중 초과열량은 체내에 남아 지방으로 축적되고 모자랄 경우는 살이 빠진다. 성장기의 청소년의 경우 여기에 성장이라는 요소가 더해져서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지만 장년, 노년의 경우는 성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초대사량이 줄어 예전과 비슷하게만 먹어도 살이 찌게 되어있다.
 

살 빼는데 왕도는 없다. 별의 별 수를 다 쓰더라도 한 가지 진리, 즉 질량불변의 법칙만이 존재할 뿐이다. 살빼기의 비결은 가장 간단한 공식, 즉 총섭취량이 총소모량 보다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키워서 기초대사량을 늘이고 유산소 운동을 통해 열량소모를 증가시키고, 적게 먹는 방법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식욕억제제, 지방흡수 억제제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부분적, 일시적일 뿐이다.
 

살을 빼려면 질량불변의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먹은 1칼로리는 내 몸의 어딘가에 축적되고 내가 걸은 몇걸음은 1칼로리를 태워 버린다.
그럼 이렇게 살을 빼는 것이 꼭 좋은 것일까? 거기엔 의문이 있다. 최근의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지방조직은 더 이상 없애버려야 할 과잉에너지의 축적이 아니며 중요한 내분비기관으로 인정되고 있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사이토카인들은 삶의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그 생리적 중요성이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아랫배에‘왕’자가 새겨지는 근육형 모습도 좋지만 너무 말라 뼈와 가죽만 남아있는 상태는 곤란하다.

면역학적, 생리학적으로 어느 정도의 체내 지방조직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방은 줄이고 근육양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선현의 말씀대로 너무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현명하고 건강한 살빼기는 근육량의 증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장년, 노년의 진정한 건강은 적정한 체중과 충분한 근육량 그리고 유연성에 달려 있다.
 

<글. 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