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모금의 진실

4000만원 쉽게 버는 법? 금연이다. 매년 반복되는 빠지지 않는 작심삼일의 새해 첫날 결심이 금연이다. 이 일을 어찌할꼬.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했으니 자세히 알아보기나 하자.

담배는 한마디로 건강 최대의 적이다. 흡연의 좋은 점이라고는 홍콩액션 영화의 주윤발처럼 잘 생긴 배우가 흰 연기를 뿜어낼 때 멋진 모습과 애연가들의 근거 없는 주장인 스트레스 해소 뿐인데 흰 연기를 뿜어내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한다. 이건 정말 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들의 금단증상이 해소되는 만족감일 뿐이다. 연출된 멋진 배우의 모습은 찌든 담배의 역한 냄새를 숨기고 있을 뿐이다. 카사블랑카의 명우 험프리 보가트, 왕과 나의 율 브리너, 미키마우스의 월트디즈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락 케이블, 마이웨이의 프랭크 시나트라,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 그리고 코미디언 이주일씨.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모두 흡연의 희생자들이다. 세인의 사랑을 받다가 폐암과 구강암, 식도암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세상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고 그들을 잃은 세상의 아쉬움이 얼마나 큰지 따지기 전에 한 개인으로 그들 모두는 너무나 비극적인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다.
 

모두 담배 때문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경이 92세까지 살았는데 애연가였다고 흡연자들은 주장하지만 만일 처칠이 담배를 멀리하였으면 100세를 훌쩍 넘겼을 것이다.
 

중독성이 있는 니코틴 외에 타르, 페놀, 카바졸, 인돌, 크레졸, 벤조피렌, 니트로사민 등 적어도 20가지가 넘는 발암물질과 유해한 죽음의 화학성분이 한 모금의 담배연기로 우리의 폐를 통해 체내로 스며든다. 담배를 피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과 맥박이 오르며 정상인은 물론 기존의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들은 흡연으로 혈관의 손상과 함께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의 위험이 몇 배로 증가한다.
 

흡연으로 인한 암의 발생은 적게는 몇 배에서 수십배에 이른다.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거니와 담배 연기는 암의 위험물질이 아니라 발암물질이다.
 

폐암, 후두암, 구강암, 췌장암, 방광암, 유방암, 위암, 간암 등 수많은 악성종양과 천식, 폐색성폐질환, 동맥경화증, 협심증, 뇌졸중, 위궤양 등 담배로 인한 질병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해로운걸 알게 된 흡연자가 금연을 결심하고도 자꾸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중독성 때문이다. 흡연을 중지하면 금단증상이 생긴다. 히로뽕이나 코카인 같은 사회에서 죄악시되는 마약물질과 마찬가지로 중독성과 금단증상이 있다. 다르다면 마약은 마약상이 밀매를 하고 있으며 담배는 국가의 허가 아래 공공연히 팔고 있다는 점뿐이다. 나도 당뇨환자에게 금연을 강조하기 위해 20년전 담배를 끊었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왜 이렇게 나쁜 것을 팔고 있을까? 한국의 경우 담배 총 매출액의 60%가 넘는 총 약 4조원이 세금으로 걷히는데 그 내용이 기가 찬다. 담배소비세, 교육세, 환경세, 건강증진금, 부가가치세가 포함된다. 흡연자들은 애국자인가? 흡연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므로 건강증진금을 내고 환경을 더럽히니 환경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총 세금 중 약 4%가 담배로부터 걷힌다. 국가재정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중의 극히 일부가 국민건강증진 예산으로 쓰인다. 흡연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담배 매출액의 몇 배에 달한다. 담배로 인한 미국의 의료비용은 한해 500억달러가 넘는다. 중국의 경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100만명 이상이다.
 

흡연자들은 어리석은 바보애국자인가? 아니다. 그들은 불쌍한 중독자일 뿐이다. 자동차 주행 중 담배꽁초를 창 밖으로 버리는 비양심적인 흡연중 독자들과 담배로 건강을 잃고 숨을 몰아 쉬는 환자를 볼 때마다 독재자가 되어서라도 강제금연법을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이자 빼고, 평생 담뱃값 4000만원 버리고 세금 내고 건강 잃고 불행해지는 방법, 그게 바로 담배 한 모금이다.
 

글 | 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