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빛난 농촌사랑 의료지원

경기 이남과 북부 농촌지역 순회하며 2차 의료봉사 이어가

800여명 검진 및 진료 등 농촌주치의 역할 톡톡

김우경 원장 직접 진료하며 봉사 참여 훈훈

“고대병원 봉사단원 모두 다 내 손주 같고 자식 같아요. 정말 가족같은 따뜻한 마음 큰 선물 받고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와 애까지 낳았지만, 아파도 병원가기 불편해 한 번도 진료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픈 몸 살펴봐주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너무 감사하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부인은 물론 자식과 손주들까지, 일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할아버지가 고대 구로병원 농촌사랑 의료지원단을 찾아 진료를 받고 장수사진을 찍으며 봉사단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건넨다. 처음에 수줍게 찾아와 서툰 한국말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던 다문화가정 여성도 봉사단원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짧지만 제가 의사가 된 이유를 다시 일깨워 준 소중한 시간이였습니다.”

정형외과 김영우 교수는 자신의 아픈 몸을 살펴주는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며 어르신들이 인사하시는 모습에 왜 자신이 흰 가운을 입고 환자를 살리고 치료하는 메스를 들어야 했는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원장 김우경)이 지난달에 이어 7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여주, 이천, 남양주, 파주지역 농민들을 찾아 ‘농촌사랑 의료지원’ 2차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전문 의료진을 포함한 24명으로 구성된 고대 구로병원 농촌사랑 의료지원단은 봉사 첫 날 여주 점동농협에 사랑의 진료소를 차렸다. 의료지원단은 접수와 과별 진료소. X-레이, 골밀도, 심전도,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소, 약국과 주사실을 마련해 하나의 작은 병원을 만들었다.

장맛비가 계속되는 궂은 날씨에도 평소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농촌지역의 어르신들을 비롯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다문화가정 등 많은 농업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진료소를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천 모가농협, 남양주 수동농협, 파주 북파주농협으로 이동하며 봉사활동을 이어간 의료지원단은 나흘 동안에만 총 800여명을 진료하고, 250여여명의 장수사진을 촬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폭우 속에 더욱 빛난 봉사열정

며칠째 이어진 경기북부 집중호우로 인해 3, 4일차 예정되어 있던 남양주 수동농협과 파주 북파주농협 봉사일정은 녹록치 않았다.

물폭탄 같은 폭우 속에서도 구로병원 의료지원단은 우산대신 지체 없이 우비를 입고 함께 진료재료와 검사장비를 날라 제시간에 진료가 가능토록 병원을 만들었다.

가정의학과 김은혜 교수는 “오전 7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 많았는데, 진료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오신 분들도 만족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자신이 고혈압, 당뇨인지 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많았고, 단순 감기로만 생각해 폐에 이상이 생길때까지 방치한 분도 계셨다”면서, “급한 약부터 처방하고 인근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저희가 떠나더라도 건강관리 잘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X-레이 촬영도 힘겹긴 마찬가지 좁디 좁은 차량안에서 종일 서서 검사해야 하고, 비까지 내리는 통에 네트워크가 불안정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강아름 방사선사는 “의료진에게 진료차질이 없도록 제대로 된 영상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는 길도 곳곳이 파손되어 이동이 쉽지가 않았다. 또한 굽이굽이 농촌 좁은 길을 다니느라 의료지원단을 태운 이동버스도 나뭇가지와 돌무더기에 잔뜩 흠집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지원단은 농민들에게 진료에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 특유의 팀웍을 발휘하며 폭우로 인한 재난상황에도 슬기롭게 대처하며 진료활동을 이어갔다.

정형외과 천성광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의료봉사인데, 보다 꼼꼼해지고 시스템화, 조직화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봉사활동이 가능할 거 같다”면서, “무엇보다 함께한 봉사단원들의 열정과 의지가 남달라 다시한번 놀랬다”고 말했다.

병원장도 봉사참여, 봉사단 격려와 함께 손저림증 등 직접 진료

12일 북파주농협 의료봉사에는 김우경 원장이 방문해 봉사단원들을 격려하고 직접 농민들의 건강을 살폈다. 주전공인 수부외과의 특성을 살려 손과 팔저림을 호소하는 농민들을 진료했다.

한 주부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저려 농사일도 제대로 못해 걱정이 많았다”면서, “예전부터 진료받고 싶었는데 거리도 멀고 예약도 많이 기다려 엄두가 안 났는데 직접 이렇게 찾아와 진료해주시니 몸 둘 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도 이구동성으로 “서울 큰 병원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는데, 병원장님과 많은 의료진이 이렇게 좋은 일 하시는 걸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경 원장은 “오히려 저희 직원들이 농촌사랑과 나눔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구로병원의 의료지원활동이 농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 전체 교직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농촌사랑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크업, 헤어, 의상, 작가 못지 않은 솜씨까지 ‘장수사진 인기’

진료와 검사 못지 않게 농민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장수사진 촬영, 봉사단원들이 직접 메이크업에서부터 헤어손질 도구, 한복과 정장 의상을 챙겨와 어르신들을 한껏 멋내드린다.

김경미 의료사회사업사는 “할머님들은 시집온 후부터 자신을 꾸미는데 담을 쌓았고, 할아버님들도 생애 처음 화장해 보는 분이 대부분”이라면서, “처음에는 겸연쩍어 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너무들 좋아하셔서 기뻤다. ‘오늘 집에 바로 들어가면 안되겠다’며 서로 자랑하는 모습에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봉사단이 떠난 뒤 만들어 집으로 보내드리는 사진과 액자 역시 남다르다. 병원 사진동호회에서 공수한 촬영장비로 어디에서든 전문 스튜디오를 단숨에 만들고, 작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사진을 촬영해 후보정과 함께 인화해 액자로 만들어드리기 때문.

장수사진을 처음 맡게 된 오미숙 수간호사는 “사진은 그저 취미였는데 어르신들의 최고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촌사랑 의료지원의 또 다른 선물, ‘자긍심과 화합’

농촌사랑 의료지원단의 1박2일의 봉사일정을 빠듯하다. 쉴 곳 또한 마냥 편안하다곤 할 수 없다. 오후 늦은 시간까지 진료받기 위한 농민들이 줄을 잇고, 좋은 숙소보다는 교직원들이 농촌을 체험할 수 있고 농촌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곳을 숙소로 잡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초록색 대형벌레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밤새 모기와 씨름하고 온수조절이 안돼 냉수샤워도 다반사. 하지만 정겨운 풀벌레 우는 소리에 은은한 숲향기를 맛보는 농촌정취는 봉사단에게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은 물론 병원에 대한 자긍심을 높아지고, 무엇보다 봉사일정동안 동거동락하면서 나이와 직급, 직종을 떠나 서로 화합하고 하나로 느껴지는 것에 강한 동료애를 느끼기도 한다.

중앙공급실 조선옥 수간호사는 “오랜 병원생활하면서 봉사활동이 처음인데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해서 더욱 뜻깊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80병동 이명연 수간호사도 “한 식구처럼 분위기도 좋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기뻤다”고 말했다. 정준 임상병리사은 “봉사일정내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이였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조민기 군은 “입대 2주 앞두고 뜻깊은 시간 보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고, 수술실 김소미 간호사도 “첫 봉사인데 보람됐다. 다음에 같은 팀으로 와서 더 많이 나누고 좋은 추억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희식 고객서비스 부팀장은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가는 것이 이미 손발을 여러차례 맞춤 팀 같아 봉사활동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나눔활동의 숨은 공로자들

농촌사랑 의료지원의 준비에서부터 일정조율, 봉사진행, 마무리까지 의료사업팀이 전체를 총괄하고 조율한다. 구로병원과 전국 농촌과 오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사일정기간 뿐만아니라 현지 사전답사 및 일정조율, 만만치 않은 의료 및 소요물품 체크까지, 눈 코 뜰 새가 없다. 한 달 평균 50여명이상의 관계자들과 만나고, 2년동안 국내 곳곳을 누비며 이동한 거리도 15,000km가 훌쩍 넘는다.

최지선 의료사회복지사는 “결혼 안한 딸이 한 달의 절반은 집을 떠나 있어야 한다니 부모님이 처음엔 걱정이 많으셨다”면서, “하지만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에 제가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어 지금은 부모님이 누구보다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다”고 말했다.

김원철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고 무엇보다 교직원 여러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였다면서, “앞으로도 농촌 의료지원활동이 원활히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