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효과 백 배 치료법

설사나 복통이 일주일만 지속돼도 체중이 줄고 항문이 아픈데, 이런 증상이 평생 수시로 나타나는 병이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이다. 좋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악화되길 반복하는 만성 질환인 데다, 명확한 원인을 몰라 완치도 어렵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해 대한장연구학회장이자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장인 진윤태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염증성 장 질환이란?

장 내부 관에 비정상적인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질환이다. 염증이 자꾸 재발하면서 장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 조기에 발견해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눈다. 이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은 주로 젊은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15~35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아 환자도 있다.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은?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 점막에만 생긴다. 염증으로 대장 점막이 충혈되면서 붓고 출혈을 일으킨다. 염증이 몇 군데에 떨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 있는 게 특징이나 소장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점액이 섞인 혈변이 나오고, 설사가 계속된다. 식욕 감퇴, 체중 감소, 전신 피로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다가 덜하기를 반복하며 오랜 기간 증상이 없는 시기도 있다.

크론병의 특징은?

크론병은 염증이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 등 위장관 전체에 산발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염증이 장의 점막층에만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장벽의 전 층을 침범한다. 설사, 복통, 미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하혈 등이 주요 증상이다. 염증이 심할 때는 눈, 피부, 간, 신장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 기능 장애로 오해하기 쉬운데요?

염증성 장 질환은 일찍 발견할수록 좋은데, 문제는 초기 증상이 과민성 장 증후군, 감염성 장염, 치질 등과 비슷해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장염은 발열과 설사가 나타나다 저절로 낫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증상이 4주 넘게 이어지며 호전과 재발을 반복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 설사, 치루 등이 계속된다면 대장내시경 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 않나요?

서구에서는 염증성 장 질환이 비교적 흔하지만 과거 국내에서는 드물었던 질병이라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진료받은 염증성 장 질환자는 약 6만 명에 이른다. 이 중 궤양성 대장염이 약 4만 명, 크론병이 약 2만 명이다.

발생 원인은?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외부 물질이라고 오인하고 공격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됐다. 장 점막의 면역세포가 장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외부 인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활성화돼 장 점막을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유전적으로 장 염증에 취약한 사람에게 가공식품, 흡연, 항생제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발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

왜 이렇게 안 낫느냐며 좌절하는 환자가 많다. 염증성 장 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염증을 호전시켜 장 손상을 막거나 늦춰 증상을 없애는 게 목표다. 그러나 증상이 사라졌어도 장 속에 염증이 남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약을 계속 먹으며 주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한다. 반복적인 염증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약을 계속 먹으면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 장 점막이 깨끗이 치유된 상태로 지속되면 약을 줄일 수도 있다.

치료법은?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 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주사제나 먹는 약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특히 염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의 과도한 작용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약효가 있다가도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적절한 약으로 바꾸며 대응한다. 염증 조절이 안 돼 협착이나 천공이 생기면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나요?

담배를 피우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발생할 확률도 높지만 악화돼 수술하거나 재발할 확률이 높으니 반드시 금연한다.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많으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쓰는 소염 진통제도 악화 요인이니 가능하면 주치의와 상의해 처방 받는다. 환자가 대부분 젊은데 만성 질환인 데다 재발이 많아 우울감을 호소한다. 지켜보는 가족들도 같이 힘들어한다. 자신의 병을 잘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도움말┃소화기내과 진윤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