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

지난 4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10살 남아가 돼지에서 유래된 신종인플루엔자 A(H1N1)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면서 시작된 신종인플루엔자 유행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초기에 멕시코를 강타한 신종인플루엔자는 1개월 만에 대륙을 넘나들면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감염자 1만여 명과 사망자 80여명을 초래하면서 기세를 높이고 있다. WHO는 불과 1주일만에 대유행 위기 단계를 2계단 높여 대유행 직전의 5단계로 상향하였고, “국제적인 공중보건위기”로 간주하고 있다. 신종인플루엔자의 전염력은 계절인플루엔자보다 높지만, 임상증상은 고열, 인후통, 콧물, 기침 등 매우 비슷하며 대부분 약하게 앓고 지나가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도감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만성내과질환 환자, 임산부등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멕시코 여행객과 밀접한 접촉자 등 3명의 확진환자가 발견되었지만, 아직 지역사회 감염전파는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웃 일본에서 갑자기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백여명 환자의 집단 발생으로 이미 지역사회에 전파된 것으로 의심되면서, 인적교류가 빈번한 우리나라로서는 조만간 감염자 유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신종인플루엔자는 2003년 사스 유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항공여행객을 통하여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공항에서의 입국자 검역이 매우 중요한 방역 수단이다. WHO는 이번 신종인플루엔자에 의한 대유행이 불가피하며, 각국이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줄이도록 계속 강조하고 있다.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하여 인류 대부분이 면역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인구대비 30%가 감염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이 인플루엔자 감시, 감염자의 조기 진단 및 격리, 집단 유행 시 휴교, 공공집회의 금지, 항바이러스제 비축, 새로운 백신의 개발 등으로 대비를 하고 있지만, 나라별로 대비 및 대응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신종인플루엔자에 의한 피해규모도 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항바이러스제 250만명 분을 비축 중이고 조만간 500만명 분으로 늘리게 될 것이다. 백신개발은 다행이 올해부터 국내에서 백신공장이 처음 가동되면서 적어도 올 겨울까지 신종인플루엔자백신 생산을 목표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중보건당국은 감염자의 조기 진단 및 격리, 접촉자의 추적 및 관리, 의료기관에서의 준비 및 대응, 학교 및 직장 등 단체생활 기관에서의 준비 등에 소홀함이 없어야 된다. 또한 개개인이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감염 예방 수칙의 실천이 매우 중요한 방역수단으로 특히 유행의 위험이 높은 집단생활을 하는 군인들은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된다. 신종인플루엔자는 기침,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미세한 물방울로 전염되므로 휴지로 코와 입을 감싸도록 하며, 사용한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행위를 삼가야 된다. 또한 감염자의 손 및 오염된 주위 환경 등에 바이러스가 2-8시간 생존 가능하므로 수시로 손씻기를 해야 된다. 다행이 바이러스는 비누와 물, 알콜 등에 쉽게 죽으므로 적어도 15초 이상 손을 씻으면 되며, 만약 손씻기가 여의치 않으면, 손세정제를 갖고 다니면서 손소독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변에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밀접한 접촉을 피하도록 하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감염을 예방토록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감염된 사람은 주변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최대전염기간인 7일 동안 또는 완치될 때까지 집에서 자발적으로 격리를 하는 것이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인근 보건소 또는 의료기관에 연락하여 조치를 받으며, 폐렴 등 중증인 경우에는 입원하여 항바이러스제 조기 투약 등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이 단기간에 불특정 다수가 감염되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대응대비와 함께 국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감염 및 전파 예방에 참여할 때 큰 피해 없이 슬기롭게 겪어낼 수 있다.

글 |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