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자, 결혼도 취업도 힘들다. 왜 일까?

간질은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일부 환자는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 갑작스런 돌발 증상을 일으키는 발작이 특징이다. 우리는 간질(발작)에 대해서 어떤 느낌으로 인식하고,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떤 태도를 취할까? 비간질인과 간질인 사이에 간질에 대한 이해, 인식 및 태도에는 차이는 없는 것일까? 간질인은 다른 간질인에 대해서 모두 차별없는 태도를 가질까? 간질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부정적 인식이 변화하기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전국 5개 대학병원(건국대, 계명대, 고려대, 서울대, 전남대)을 방문하는 18세 이상 성인 간질인을 대상으로 간질에 대한 이해, 인식 및 태도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성별, 연령별 구성이 비슷한 비간질인도 같은 설문지를 조사하여 간질인과 비간질인 사이의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총 1,924명(간질인 384명, 비간질인 1,54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은 크게 간질에 대한 친밀도, 이해, 그리고 태도 항목에 대해서 조사를 설계했다.
 

먼저 간질에 대한 친밀도는 간질에 대해서 들어보았거나, 실제로 발작을 하는 것을 보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으며, 두 집단 모두에서 응답자의 95%이상이 간질에 대해서 들어보았거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간질의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간질인이 비간질인에 비해서 좀 더 올바르게 간질에 대해서 이해를 하였으나, 정답의 비율이 60%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간질의 원인이 정신질환이나 유전질환이라고 답한 경우도 20% 이상이었으며, 간질은 불치의 병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50%정도나 됐다. 간질에 대한 태도는, 간질인은 다른 간질인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하였으나, 비간질인은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본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질인은 비간질인에 비해서 교육수준과 취업율이 낮았고, 이혼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차별이 여전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간질인은 다른 간질인에 대해서는 좋은 관계를 가지려는 태도를 취했으나, 본인의 자식들이 다른 간질인과 교제나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이는 아마도, 간질이 유전질환이라는 잘못된 지식과 낮은 자존감 등이 원인이 아닐 까 추정한다.
 

이런 경향은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겪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서양에 비해 동양권 국가에서 좀 더 부정적인 태도나 사회적 차별이 좀 더 심한 경향을 보여, 사회 관습이나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국내 다른 연구자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20여년전에 비해서 간질에 대한 이해도 및 태도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0년전에 비해 진료실에서 만나는 요즘의 젊은 간질환자들은 결혼 전 교제시부터 이성 친구를 같이 데려와서 터 놓고 얘기하고 같이 결혼 및 임신 상담을 하며, 운전 문제, 군대 문제 등 각종 문제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것이다. 간질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활동, 간질학회 및 간질협회의 지속적인 노력, 경제 및 문화 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민들이 태도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방적이 되면서 이런 변화가 수반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간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부정적 태도를 어떻게 바로 잡아 나가야 할까?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 활동이 간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정확한 이해 및 인지는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아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에필리아 설문 조사에서 보여 주듯이, 간질인 및 비간질인 모두에게 동일한 획일적인 교육보다는, 대상자의 특성에 맞는 소위 맞춤교육이 필요하다. 즉, 간질인에게는 간질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아울러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이 되어야 겠고, 비간질인인 경우엔는 좀 더 정확한 의학적 지식에 대한 교육이 요구된다. 간질은 뇌에 문제가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후천적인 뇌 질환의 하나이지 정신질환이나 유전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간질인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서 정책적인 배려를 할 수 있도록 국가, 환자, 의료인 및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경과 정기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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