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복통과 설사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세요

근래 들어 밥만 먹으면 배가 아프다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이 잦고, 아침 등교시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다가 지각하기 일쑤여서 아예 아침을 굶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호소를 듣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시험 때는 더욱 악화되어 음식을 먹는 것이 꺼려진다는 극심한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소아청소년들은 대게 증세가 발병한지 일년이 지나서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초반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학생이라 낮에 병원을 오려면 학교를 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과민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되고 적절한 약물치료로 복통과 설사가 크게 호전되기 때문에 이전에 오랜 기간 불필요한 고통을 받으면서 지내온 것을 자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민 대장증후군은 장의 과민성에 의해 복통과 변비나 설사가 초래되는 병으로 스트레스나 음식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설사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격이 예민하고 학업스트레스가 많은 소아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 병이다.

과민 대장증후군과 감별이 필요한 병으로 염증 장질환이 있다. 염증 장질환은 만성적으로 장에 염증이 지속되면서 초기에는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유사한 복통, 설사를 보이다가 점차 혈변, 체중감소, 빈혈, 성장장애, 장의 협착이나 천공 등을 초래하는 심각한 병으로 서구식 식생활이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에서도 더 이상 드물지 않은 병이 되어 버렸다. 복통과 설사가 있는 경우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를 통해 일차적인 감별진단을 시행하며 염증 장질환이 의심스러운 경우 복부 단층촬영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또한 고지방식과 야식, 특히 학원 등에서 늦게 귀가하여 자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속이 쓰리고 시큼한 물이 자꾸 넘어오거나 흉부에 작열감을 호소하는 역류 식도염도 많이 늘고 있다. 심한 역류 식도염은 방치하면 나중에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병으로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해 치료될 수 있으므로, 의심된다면 방학 동안 병원에서 상부 위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근래 소아용 내시경이 도입되면서 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도 내시경 검사가 적극적으로 시행되면서 미취학 아동들에게서도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염이 발견되고 있고, 단지 밥 먹기 싫어서 아프다고 하는 줄 알았다가 치료 후에 아프다는 소리 없이 밥을 너무나 잘 먹는 다며 고마워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야간에도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또한 구토나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라면 위염이나 역류 식도염, 과민 대장증후군, 염증 장질환 등 치료가 필요한 질병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이다.

아이에게 무슨 위장 질환이 있겠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내시경 검사 후 결과를 설명할 때면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며 속상해 하는 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서구식 식생활과 지나친 학업에 따른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우리 아이들이 위장관 질환으로 고통 받을 위험성을 높이고 있으므로 평소 자녀의 건강을 살펴보고 방학을 맞아 건강을 챙겨 주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아닐까?

글│소아청소년과 한재준 교수

문의│02) 920-5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