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위험 환자의 심장 대동맥 판막 협착, 수술 없이 치료한다

직장인 A씨(43세, 남)는 베체트병을 앓고 있다. 8년 전 대동맥 판막 역류로 인해 개흉술을 통한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받았지만 1년 만에 베체트 병에 의한 판막 기능 부전이 발생해 상행대동맥 및 대동맥 판막을 모두 이식하고 관상동맥 우회로술과 심박동기 이식수술도 받았다. 두 번의 개흉수술 후 7년 간 별 탈 없이 지내다가 최근 숨이 차고 흉통이 발생하여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수술했던 대동맥의 판막협착이 심해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의 개흉수술을 받은 터라 수술 위험성이 너무 커서 추가적인 개흉수술을 통한 대동맥 판막 치환술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A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수술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로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성공적으로 치료받고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최근 순환기내과 임도선, 유철웅, 홍순준, 주형준, 박성미 교수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발생해 이미 두 번의 개흉수술을 받은 베체트병 환자에 대해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합병증과 후유증의 위험을 최소화한 치료에 성공했다. 또한 고령 및 동반 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던 환자들에게도 성공적으로 수술없이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시행하여 건강한 삶을 되돌려 주었다.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은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주로 아프타성 구강궤양, 포도막염,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동반하며 피부, 혈관, 위장관, 중추신경계, 심장, 폐 등 전신에 걸쳐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안구에 침범하면 실명에 이르고, 대동맥판막으로 침범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에 위치한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인데,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면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과정에 장애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장이 더욱 강하게 수축하여, 결국 심장근육이 비대해지고,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흉통 및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심각하면 실신하거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일단 증상이 발생 하면 2년 내 사망률이 50%이상이므로 반드시 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가슴을 절개하는 큰 수술을 통해 치료해왔지만 이번 임도선, 유철웅, 홍순준, 박성미 교수팀이 베체트 환자에게 적용한 시술은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주로 고령 및 여러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가 수술 위험성이 너무 크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실시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성형술’은 가슴 절개 없이 치료하는 것으로, 심장을 열거나 판막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는 혁신적인 치료방법이다.

대퇴부(허벅지)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집어넣은 후, 좁아진 판막 사이를 풍선을 부풀리고, 인공 판막을 대동맥판막에 적절히 고정시켜 치료하기 때문에 전신 마취 하 가슴 절개에 따른 여러 가지 합병증 및 위험성은 물론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야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심장수술을 받는데 따르는 위험은 물론 수술을 꺼리는 심리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어, 고령이나 수술위험요소를 가진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임도선, 유철웅, 홍순준, 박성미, 주형준 교수팀은 이번에 치료받은 베체트병 환자 외에도 최근 81세의 고령 환자의 비수술적 치료에 성공한 바 있다. 시술 후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은 완전히 개선되었으며, 증상도 급격히 좋아졌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 시술을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 등의 해외사례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했을 때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크게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다.

이번에 시술로 치료받은 베체트 환자에 대해, 유철웅 교수는 “이미 개흉 수술을 두 번이나 한 터라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됐다”며 “고령이나 고 위험 환자에 대해서 비수술적 치료를 적용해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합병증과 후유증을 피해 빠른 회복이 가능한, 최상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철웅 교수는 “개흉 수술의 위험부담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다가 심부전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순환기내과 유철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