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신건강

아동과 노인의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

정신질환은 건강한 삶의 상실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 보건 기구에서 발표한 각종 질환에 의한 건강한 삶의 상실 기간을 기초로 한 질병 부담에 대한 비교 연구 보고에서, 주요 우울증은 모든 질환 중 3위에 해당되면, 2030년에는 1위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듯, 정신 질환은 개인의 건강한 삶 뿐 아니라, 가족, 나아가서는 생산성에 영향을 주어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상실을 가져온다.

특히 여성에서의 정신 질환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장애 정도보다 더 크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주요 우울증의 장애 정도는 시력 상실 또는 사지마비에 의한 장애가 거의 비슷할 정도이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과 같이 남녀 간의 유병률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정신 질환들도 있지만, 주요 우울증의 경우 여성에서 약 20%정도로, 남성에의 10%에 비해 두 배 가량이나 높다. 특히 15세에서 44세의 가임이 여성에서는 정신장애, 그 중에서도 우울증이 질병 부담의 1순위로 보고되고 있다.

가임기 여성 우울증, 질병 부담 1순위

여성의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여성 정신건강, 여성 우울증에 대한 활발하고 실질적인 연구들이 더욱 진행되었으며 남녀 간의 이러한 차이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밝혀진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심리사회적인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동기에 가정 폭력, 성폭행, 신체적 학대의 피해자가 되는 확률이 높으며, 자라면서 아내, 어머니, 노부모를 돌보는 양육자 등으로 다중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의 노출이 여성에 있어 우울 장애, 불안 장애들과 같은 정신 질환 발생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생물학적인 요인이다. 여성과 남성의 정신 질환의 차이는 사춘기시기 이후에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며, 여성들은 가임기 시기와 폐경이후에 각종 정신 질환의 유병률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은 또한 생식 주기에 따른 월경 전, 임신, 산후, 폐경등과 같이 호르몬의 변화가 있는 시기에 우울 증상이 더욱 쉽게 발생 혹은 악화될 수가 있어, 남성에 비하여 취약성을 보인다.

이러한 남녀의 차이, 여성의 특수성에 따라 정신건강의 유병률 이외에도, 증상과 치료, 예후에도 남녀 간의 차이를 보인다. 여성에서는 심한 정도의 우울증의 경우에 자살 시도가 남성에 비해 많지만, 실제 자살 성공률은 남성에서 더 높게 보고되고 있다. 여성에서는 전형적인 우울 증상보다는 지나친 식욕증가, 체중증가, 수면과다 등과 같은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불안과 함께 다양한 신체증상의 호소가 많다는 점이 특이점이 되겠다.

남성보다 정신과적 치료 더 찾아

여성 정신건강에서 남성과의 차이점 중 또 하나는, 여성이 정신과적인 치료를 더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더 많다. 하지만 반대로, 같은 증상이어도 남성에서보다 여성에서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고 한다.

조현병의 경우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생 연령이 늦고, 조현병 여성에서 임신 중, 출산 후에 증상의 악화를 일으킬 수 있다. 양극성 장애의 경우 출산 후 재발의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여성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정신 건강의학에 미치는 다양한 생물학적, 심리 사회적 요소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하여 성호르몬, 스트레스 호르몬, 뇌 신경전달 물질 등에 대한 많은 신경 생물학적인 연구들과 함께, 성 호르몬 치료등과 같은 임상적인 노력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여성은 자녀와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정신 건강은 아동과 노인의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정신건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신 질환은 건강한 삶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 즉 임신, 출산 시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기 발견, 예방, 치료가 중요하겠다. 더욱 많은 연구들을 통하여 여성의 정신 질환에 대한 위험 요인들과 방어요인들을 규명하고, 여성의 정신 건강이 공중 보건의 주요 문제로 인식되어 이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도움말┃정신건강의학과 조숙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