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웰빙 건강보험 “백신(예방접종)”

일렬로 서서 목을 쭈욱 빼고 앞의 친구가 주사 한방에 울며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던 교실풍경. 예방접종 날이면 온 학교가 한바탕 소란이었다. 그 때는 야속하기만 했던 주사바늘이 지금까지 각종 질병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고 있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

예방접종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균을 소량 주사하여 그 균에 대한 항체를 몸 안에 심어놓아 이후 그 균에 감염되었을 때 질병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가장 적극적이고도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법이다. 이전에는 주로 단순히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어린이들의 예방접종만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노인인구의 증가, 면역저하자의 증가, 해외여행자의 증가, 내성 세균의 증가 등과 함께 새로운 백신의 개발로 인해 성인 예방접종이 중요해졌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매년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유행하는 독감. 독감(인플루엔자)은 유행하는 항원형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한다. 특히 호흡기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임신부는 반드시 맞는 것이 좋다. 보통 임신 중에는 예방접종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백신이 아닌 사백신은 필요에 따라 접종이 가능하고 특히 인플루엔자 백신은 임신 중에 접종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최근 개발된 것으로, 9세 이상의 성경험이 없는 여성에게 우선적으로 권장하나 성경험이 있는 26세 이상의 여성이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백신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불결한 환경에서 잘 걸려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A형 간염이 최근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어 A형 간염의 예방접종 또한 중요하다. 청결한 위생 상태로 A형 간염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항체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층이 A형 간염 다발지역인 저개발 국가로의 여행이나 각종 수입식품 섭취로 A형 간염에 많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B형 간염은 만성일 경우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바이러스 보유자의 배우자, 가족, 만성 신부전 환자, 만성 간질환 환자, 단체 생활을 하는 지체 장애인과 보호자들은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파상풍은 녹슨 못에 의한 깊은 관통상이나 조직괴사를 일으킨 상처, 흙 등에 의해 감염되며, 상처가 생겨 이 안에 파상풍균이 증식하면서 전신의 근육이 뻣뻣해지며 경련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유병률은 낮지만, 치사율이 40% 정도 되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특히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경우 반드시 맞는 것이 좋으며 단체생활을 하게 되므로 B형 간염, A형 간염, 폐렴(폐구균) 백신도 접종하기를 권하고 있다.

풍진은 풍진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어 발열이나 발진, 림프절 종창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특히 임산부에 노출되면 태아의 선천성 기형이나 자궁 내 발육부전, 유산 등을 초래하므로 임신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임신 3개월 전에 풍진 검사를 하고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영유아 시기에는 꼬박꼬박 예방주사를 맞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예방접종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20대라 하더라도 백신으로 인한 면역이 갖춰지지 않으면 갑자기 찾아오는 감염병의 위험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예방접종은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는 병, 전염의 위험이 있는 병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주변사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성인에 대한 예방접종은 ‘건강하게 오래살기 위해’ 그리고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건강 보험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주사를 맞는 단 몇 초의 고통으로 수십년간 고통스러울 수 있는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분명 현대 의학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