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와 신경계 질환

사람의 수면은 렘(REM)수면과 비렘(non-REM)수면으로 구분하는데, ‘REM’ 이란 것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빠른 안구 운동을 의미한다. 렘수면 동안 사람의 뇌는 깨어 있는 상태로 꿈을 꾸게 되며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된다. 비렘수면은 렘수면이 아닌 1~4단계의 수면을 가리키는데, 얇은 수면(1,2기)과 깊은 수면(3,4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면은 하루 밤 동안에 처음에는 얇은 잠과 깊은 잠으로 이루어진 비렘수면이 한두 번 반복되다가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를 취하는데 새벽에 특히 꿈을 꾸는 렘수면이 주로 많아진다. 렘수면 중에 잠에서 깨면 꿈을 기억하게 되지만, 비렘수면 중에 잠에서 깨면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매일 꿈을 꾸더라도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하루 밤이라는 수면 주기에서 렘수면에서 비렘수면으로 바뀌고 난 다음에 깨어나기 때문이며, 또한 수면 주기 중에 렘수면이 약 20-25%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렘수면 동안은 뇌의 활동은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우리 몸의 근육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다. 뇌간이라고 불리는 뇌의 일정 부위에 스위치가 있어서 렘수면에 들어서면 뇌의 활성을 조절하는 스위치는 켜지고, 근육의 힘을 조절하는 스위치는 꺼지는 현상이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꿈을 꾸고 있을 때 근육의 힘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고 켜져 있으면 꿈을 꾸면서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수면병을 ‘렘수면 행동장애’ 라고 하는데, 때로는 말도 하고 악몽을 꾸고 있었다면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때리는 등 격렬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주로 잠꼬대나 잠버릇이 나쁘다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수면다원검사와 같은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하다.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상태와 눈과 우리 몸의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호흡상태, 심전도, 동맥혈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해 수면 중에 일어나는 우리 몸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검사로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노인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지만, 특히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에서 잘 나타난다. 보고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약 25-50% 정도가 이와 같은 렘수면 행동장애를 보인다고 한다. 외래에서 파킨슨병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혹시 잠잘 때 잠버릇이 나쁘거나 잠꼬대 같은 것 안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환자나 보호자가 필자를 ‘신내린 무술인’ 보듯 쳐다보며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곤 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렘수면을 조절하는 뇌간의 스위치에 병이 생기기 때문에 흔하게 렘수면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다른 신경계통의 병이 없이 단지 렘수면 행동장애만 있는 환자를 5년간 관찰했더니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과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이 많이 발생했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렘수면 행동장애와 퇴행성 뇌질환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족인 주변 사람 중에 잠버릇이나 잠꼬대가 심한 중년 이후의 성인이 있다면 수면다원검사와 같은 종합적인 수면 검사를 시행해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 | 신경과 고성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