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쯔하이머 치매에 대하여

얼마 전 외신 기사에서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보았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에 ‘뇌의 시대’ 라는 이름으로 신경계 질환의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분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알쯔하이머병에 걸렸음을 알려서 알쯔하이머 치매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분이기도 하다.

항상 치매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이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분의 이런 업적 때문이 아니라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전기를 쓴 작가가 남긴 다음의 이야기 때문이다.

“첫 6개월 동안은 그 분이 나를 못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3개월은 내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말은 처음에는 알쯔하이머병에 걸린 레이건 전 대통령이 기억 장애로 전기작가인 본인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 증상이 점차 심해져 알쯔하이머 치매로 진단받은 이후 마지막에는 일상생활이 잘 유지가 되지 않고 비정상적인 행동 이상을 보여서 과연 저 분이 대통령까지 하신 그 분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는 뜻이다.

의사 입장에서 치매 환자를 볼 때는 3가지 측면을 생각하는데 알파벳 첫 자를 따서 ‘C-A-B’ 라고 한다. 첫째는 인지기능 (Cognitive function)의 장애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억력을 포함하여 시공간 지각 능력, 수행 능력, 언어 기능 등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는 인지기능의 이상에 의하여 일상생활 (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에 이상이 발생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기억력이 이전과 비교하여 나빠졌다고 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치매라고 할 수 없다. 셋째는 행동심 리증상 (Behavioral and Psychologic symptoms)이라고 하는 이상 행 동이나 성격의 변화, 우울감, 불안감, 환각이나 망상 등이다.

알쯔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처음에는 기억력이 나빠지고 업무 수행 능력이나 언어기능 등이 나빠지다가, 점차 인지기능의 장애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하면서 치매로 진단을 받게 된다. 일상생활을 유지시켜 주기 위한 주변 사람이나 보호자의 도움으로 슬기롭게 치매를 이겨나갈 수도 있지만, 행동심리증상이 나타나면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환자는 더 이상 이전에 내가 알던 그 분이 아니라, 의심도 많아지고 고집을 많이 부리며 때로는 험한 말이나 난폭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며, 밤에 잠을 안자고 돌아다니며 헛것을 보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알쯔하이머 치매가 진행되면서 이와 같은 행동심리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지는데, 현실적으로 가족이나 보호자에게도 많은 어려움을 주게 되어 문제가 된다. 행동심리증상이 심한 치매 부모를 모시는 경우 가족들 사이에 갈등과 다툼이 잦아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모두 서로 상의해 나가면서 행동심리증상을 병 때문에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받아들이고 조절해 나가며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치매 증상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고령화사회가 심화되면서 점차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치매는 환자와 의사 혹은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같이 책임지고 나가야 할 사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된다.

간혹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못하는 죄스러운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보호자 분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같이 사는 지혜도 중요하지만 떨어져 사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떨어져 사는 것 이 지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 신경과 고성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