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본태성 떨림과 파킨슨병

몇 일전 외래 진료실에 40대 중반 여자 분이 손이 떨린다고 하며 중풍이나 파킨슨병이 아닌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찾아 오셨다. 그 환자분은 병력이나 진찰 소견으로 보아서 ‘본태성 떨림’ 이라는 비교적 위험하지 않은 병으로 판단이 되어, 걱정하는 마음을 안심시켜드렸고 환자 분은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실 수 있었다.

떨림이라는 것은 신체 부위가 율동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본태성 떨림이나 갑상샘 기능 항진증, 약물 그리고 파킨슨병을 포함한 뇌의 질환 등이 있다. 실제로 60세 이전의 경우에는 본태성 떨림이나 약물에 의한 떨림이 더욱 흔하며, 파킨슨병을 포함한 뇌에 생기는 질환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본태성 떨림과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떨림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글씨를 쓸 때나 숟가락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을 때 혹은 물컵을 들었을 때 떨림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는 본태성 떨림일 가능성이 높으며, 편안한 자세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TV를 시청할 때 본인도 모르게 떨림 증상이 나타나면 파킨슨병의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손 이외에 고개가 위아래 혹은 양옆으로 흔들리는 듯이 떨리는 경우에는 본태성 떨림의 가능성이 높고, 입술 주변 턱부위가 주로 떨리는 경우에는 파킨슨병에 의한 떨림의 가능성이 높다.

셋째로, 본태성 떨림의 경우에는 수년 혹은 수십 년 전부터 떨림이 있다가 점점 심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수개월에서 길어도 1-2년 이내에 떨림이 발생한 경우가 흔하다. 넷째로 본태성 떨림의 경우는 떨림 이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파킨슨병의 경우는 떨림 이외에 다리를 끌면서 걷거나 몸의 동작이 느려지는 등의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본태성 떨림은 손이나 고개가 떨리는 증상 이외에는 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는 비교적 위험하지 않은 병이다. 또한 약물 치료에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약물 치료로 많은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본태성 떨림이나 파킨슨병 이외에도 갑상샘 기능항진증의 경우 손에 힘을 주거나 사용할 때 많이 떨리는 면은 본태성 떨림과 비슷하지만, 체중 감소나 더위를 잘 못참는 등의 전신 증상이 잘 동반되며 혈액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천식 환자에서 주로 투약되는 기관지 확장약물이나 기침약의 경우 손떨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약에 의한 떨림을 꼭 생각해야 한다.

떨림병은 원인에 따라 치료 성과가 좋은 경우가 많고, 본태성 떨림의 경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꼭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떨림 증상을 알아챌까봐 많이 걱정을 하거나, 교사와 같이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은 직업을 가진 경우 그리고 떨림이 잘 나타날까봐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대인 기피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권유하고 싶다.

 글 | 신경과 고성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