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이름만 들어서는 수도, 시설, 설비를 맡고 있는 곳 같지만 중앙공급실은 병원 물품의 균을 없애고 무균청정의 상태로 탈바꿈시켜 필요한 부서에 공급하는, 다시 말해병원의 안살림을 도맡아 하는 곳이다. 병원 감염관리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앙공급실을 찾아가 보았다.

외래과들이 밀집해 있는 본관 2층 한가운데에 일부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은밀한 장소가 있다. 들어가 보니 위생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마치 생활의 달인 촬영 장소에 나온 듯하다. 중앙공급실 12명의 직원들은 다들 이곳에서만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대화를 하면서도 손은 여전히 쉴 새 없이 능숙하게 뭔가를 자르고 붙이고 포장하며 완성물품들을 신속하게 옮기고 있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게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보다 청결한,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중앙공급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소독기들은 기구와 물품의 종류에 따라 여러 종류로 갖추어 놓았다. 대표적으로 스팀 멸균기, 산화에틸렌(EO) 멸균기, 플라즈마 멸균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대부분 거즈, 구물품은 스팀멸균을 하고 열에 약한 인공호흡기 등은 플라즈마 멸균을 하고, 그 외의 물품은 산화에틸렌멸균을 한다고 한다.

중앙공급실이 무균청정을 중요시하는 만큼, 시설 뿐 아니라 중앙공급실의 위치 및 내부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신축과 리모델링을 하면서 모든 과들이 탐내는 본관 2층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이유는 수술실 때문이다. 수술시 필요한 물품들을 멸균상태에서 바로 수술실로 이송하기위해서 우선적으로 수술실과 연결해 배치되었다. 본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새로운 세척기, 멸균기 구비와 더욱 깨끗하고 넓어진 중앙공급실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물품을 철저하게 세척, 소독, 포장, 멸균하여 환자들의 위생안전에 최선을 기한다. 직원들의 동선도 멸균물품과 오염물품이 교차되지 않도록 one-way 방식으로 설계해 직원들이 멸균 전 물품이 있는 방을 지나서 다른 방으로 가지 못하게 하였다. 수술실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용된 물품이 나오는 곳과 멸균된 도구들이 들어가는 곳의 입구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멸균물품을 다루는 공간의 공기는 깨끗하게 정화된 공기만 들어오도록 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곳에서는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다르다. 주어진 업무 내에서 힘든 일들을 알아서 분담하기 때문에 책임자가 따로 업무분장을 세세히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팀원들 자랑으로 류미애 수간호사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매일 점심시간에 다함께 티타임을 갖고 업무에 관한 것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서로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가족 같은 존재들이 되었다고 한다. 윙윙거리는 기계소리와 기구를 맞추는 달그락 소리가 끊이질 않고 소독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지만 균뿐만 아니라 나쁜 일들도 다 소독되어 나올 것 같은 중앙공급실. 환자들의 병이 하루속히 깨끗하게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중앙공급실 직원들은 물품들의 소독, 멸균에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고 있다.